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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문을 지키던 수사의 말을 끊었다.
“금문 사숙님!?”
수사는 자신의 말을 끊은 사람을 보고 곧바로 몸을 숙였다.
수사의 말을 끊은 건 사금문이었다. 사금문은 수사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막무기를 보고 말했다.
“그때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만약 사부님을 찾으러 오셨다면, 헛걸음하신 겁니다. 역외 전장 이후로 사부님은 돌아오시지 않았습니다.” 막무기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가 직접 영롱을 구했으니, 그녀가 무사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니… 진신경 강자니까 딱히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그는 더는 영롱에 관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금문 단사님. 제가 문천학궁을 찾아온 건 영롱님을 찾는 것 외에도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막무기가 공수 인사하며 말했다. 사실 그는 영롱을 찾으러 온 게 아니었다. 그저 문천학궁 제자가 길을 막으니, 어쩔 수 없이 변명거리를 찾아 말했을 뿐이었다.
“들어가세요. 풍 원장님께서 문천학궁은 당신의 집이기도 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사금문이 예를 표하며 말했다.
막무기는 백종연맹의 맹주이니 단탑의 단사인 그녀보다 지위가 훨씬 높았다.
얼마 안 돼서, 막무기는 단탑 앞 협곡에 도착했다.

그는 협곡에서 오픈홀덤 느긋하게 낚시를 하는 흰 수염의 노인을 보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재빨리 몸을 숙여 예를 표했다.
“막무기, 선배님께 인사드립니다.” 흰 수염의 노인이 실실 웃으며 낚싯줄을 당기자, 투명한 물고기 한 마리가 낚여 올라왔다. 노인은 기뻐하며 물고기를 나무통 안에 재빨리 집어넣었다.
그는 물고기를 집어넣은 후, 뒤돌아 막무기에게 말했다.
“자네는 운이 좋은가 보군, 자네가 날 찾아온 건 두 번째인데, 그때마다 물고기가 낚였어. 무슨 일 때문에 찾아왔는지 말해보게.” 막무기가 다시 한번 몸을 숙였다.
“선배님의 손을 빌리고 싶습니다. 부디 같은 종파 출신인 걸 생각하셔서…….” “잠깐.”
흰 수염의 세이프게임 노인이 막무기의 말을 끊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막무기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말했다.
“2년이나 지나서 오다니. 어리석은 녀석들…….” 노인이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전혀 알 수 없었던 막무기는 의아한 듯이 노인을 바라봤다.
흰 수염의 노인이 콧방귀를 뀌었다.
“진백대륙의 강자가 왔나 보지? 그놈들이 널 찾고 있고, 너는 또 날 찾아와 도움을 요청하는 거고. 맞지?” 막무기가 다급히 대답했다.
“맞습니다. 세이프파워볼 어떻게 아신 거죠?” “크크큭. 나는 이날이 오기만을 기다렸는데, 그 멍청한 것들… 네가 그 붉은 얼굴의 원숭이를 죽인 걸 알면서도 2년이나 지나서 찾아오다니 말이야.” 막무기는 그제야 노인이 진백대륙 놈들이 늦게 온 걸 꾸짖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선배님,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 원숭이는 선배님이 죽이셨지… 제힘으로 어떻게 그놈을…….” 막무기는 무언가 떠올라 말을 하다 말았다.
‘맞아… 증후을은 내가 죽인 거였지. 이 어르신은 그저 증후을에게 중상을 입히고 물건을 빼앗았을 뿐, 마지막에는 입을 막기 위해서 내가 직접 죽였었어…….’ 흰 수염의 노인이 으쓱하며 막무기를 바라봤다.
“왜 말을 하다 마는 게냐? 그래서, 네가 죽인 거냐? 내가 죽인 거냐?” 막무기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노인을 바라봤다.

‘이 늙은이가… 파워볼사이트 머리를 굴렸구나. 일부러 진백대륙 사람이 내가 증후을을 죽이고 현장을 훼손한 걸 알아차리도록 꾸민 거였어. 어쩐지… 진백대륙의 강자가 조사할 때 왜 막지 않았냐고 물었을 때, 상관할 바 아니라고 하면서 가더니… 이날이 오기를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구나.’ “모든 게 선배님의 계략이었다면, 어째서 절 그 계략에 빠트린 거죠? 제가 뭘 해드려야 이번에 선배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나요?” 이 모든 게 노인의 계략임을 알아차린 막무기는 차라리 그와 거래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흰 수염의 노인이 다시 한번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알려주마. 내가 구해준 네 애인은 진백대륙에 갔어. 진백대륙에 하말이라는 보라색 옷 원숭이가 노리고 있던데, 어서 가보지 않으면 뺏길 수도 있을걸?” 막무기는 노인이 벌이는 모든 일에는 꿍꿍이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그의 말을 무시했다.
“선배님, 자꾸 말 파워볼게임사이트 돌리지 마시고 단도직입적으로 말씀해 주시죠. 원하시는 게 뭡니까?” “좋아, 자네는 나처럼 단도직입적이어서 아주 마음에 들어.” 흰 수염의 노인이 열정적이게 손뼉을 치며 말하자, 막무기는 그저 어이없어 했다.
‘뭐가 단도직입적이야. 계속 삥삥 돌려대는 주제에.’ 흰 수염의 노인은 전혀 어색함 없이 말을 이어갔다.
“진백대륙에는 ‘성공(星空) 순위표’라는 게 있어. 이 성공 순위표는 다른 순위표와는 달라. 예를 들면, 문천 순위표는 자네가 문천계단을 올라간 만큼 순위가 정해지지만, 성공 순위표는 순위가 먼저 정해지면, 그 순위만큼 성공을 오를 수 있어. 꼭 기억하게, 성공 순위표는 문천 순위표와 정반대야.” 막무기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저 보고 그 성공 순위 1위를 차지하고, 그 ‘계단’ 위로 올라가라는 건가요?” 흰 수염의 노인은 막무기가 어이없어하는 것도 모르고 엄지를 치켜세우며 말했다.
“역시, 말이 통하는군. 우선 성공 순위 1위를 차지한 후, 성공 1단계에 올라가서 가장 위에 있는 성공패(星空牌)를 가지고 와. 이게 첫 번째 일이야.” 막무기가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성공 순위표는 저도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진백대륙의 가장 권위 있는 순위표이자 순위에 오른 사람들은 인선급이나 그 이상의 강자들이고, 진신경 강자들조차 뒤 순위에 밀려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 순위는 성공에 대한 공헌을 해야 해서 수련 등급이 높아야 할 뿐만이 아니라 공헌 점수도 1위를 차지해야 하는데, 그곳에서 1등을 차지하라는 건가요? 게다가 이미 성공 순위 1등을 차지한 사람이 있는데, 제가 올라가 봤자 성공패는 진작 그 사람이 가져갔겠죠.” 그러자 흰 수염의 노인이 다급하게 손을 저었다.

“괜찮네, 성공 순위표 1위에 오른 자들은 모두 100살이 넘는 노인들이지. 100살이 넘으면 성공 순위 1위에 든다 한들, 절대 성공 1단계에 오를 수 없어. 게다가 진백대륙에는 성공에 오르려 하는 사람이 별로 없네. 그자들은 성공 순위표에 이름만 남길 뿐, 성공에 오를 수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자들이 많으니까. 그러니 자네가 100살이 넘기 전에 성공 순위 1위를 차지하면, 성공패를 손에 넣을 기회가 생길 거야. 만약 오르기도 전에 100살이 넘으면… 자네는 이런 하급 대륙에서도 1위를 차지하지 못하는 자질인 셈이니, 가봐야 소용이 없는 거고 말이야.” 막무기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걸 위해서 잠서음을 어떻게든 진백대륙에 보낸 거군요?” 막무기는 이 노인이 잠서음을 살린 후 아무 설명 없이 검호 입구에 두고 갔고, 검호의 장로가 산수 2705번이 잠서음을 구했다고 오해한 것도 진작에 알고 있었다.
“그렇게 말하면 섭섭하지. 나는 그 아이한테 진백대륙에 가라고 말한 적은 없어. 그저 선심으로 구했을 뿐, 진백대륙에 간 건 그 애의 선택이었네. 단지, 하말이라는 특사가 그 애한테 집적댄다는 소문을 들어서 자네한테 어서 가서 그 애를 안으라고 조언했을 뿐이야.” 그러자 막무기가 담담히 말했다.
“말씀드렸잖아요. 저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걸 좋아한다고. 결국 저 보고 진백대륙의 강자들하고 목숨 걸고 싸우라는 거죠?” ‘이 늙은이는 실낙대륙이 역외수사한테 먹힐 뻔했을 때도, 귀찮아서 나서지 않았던 사람이야. 그런 사람이 그저 선심으로 잠서음을 구했을 리가 없지.’ 흰 수염의 노인이 크게 웃었다.
“아, 그러고 보니 그 애를 구할 때, 네가 그 애와 함께 진백대륙에 갔으면 하는 마음은 조금 있었지.” 잠서음의 성격을 잘 알고 있던 막무기는 침묵했다.
‘잠서음은 번개 법기 하나를 얻기 위해 외문제자를 끈질기게 쫓아다니던 사람이야… 진백대륙에 갈 기회를 놓칠 리가 없지. 그리고 나도 아는 그녀의 그런 성격을 이 노인네가 몰랐을 리가 없어.’ “두 번째는 뭐죠? 어차피 한 가지 일만 시킬 건 아니잖아요?” 막무기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노인은 적어도 원하는 걸 똑바로 말하면서 목적을 가지고 자신을 구해주는 만큼, 위선자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흰 수염의 노인이 기뻐하며 말했다.
“두 번째는 이 패 2개를 가지고 제신탑(诸神塔)의 쇄선진(锁仙阵)으로 가서 기리(纪璃)라는 사람을 구하는 것이야. 이게 마지막 거래 내용이야.” “제신탑은 어디고 기리는 또 누구죠? 아무것도 모르는데 어떻게…….” 막무기의 물음에 노인이 손을 저으며 대답했다.
“네가 그만한 능력이 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야. 어차피 그만한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알든 모르든 상관없으니 말이야.” “더 강한 사람도 널려 있는데, 왜 하필 저죠?” 막무기가 눈살을 찌푸리며 묻자, 흰 수염의 노인은 처음으로 막무기에게 슬픈 표정을 보여줬다.
“나도 줄곧 기다려왔다네… 처음 문천학궁을 지켰을 때, 이곳은 그저 후미진 곳이었지. 그 당시 실낙대륙에는 천재들이 끝없이 나오고 강자들도 넘쳐났지만, 문천계단의 꼭대기까지 오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 한때 107번째 계단까지 오르는 녀석을 발견해서 몹시 흥분했었는데, 결국 그 녀석도 108번째 계단까지는 오르지 못했어…….” 노인은 마치 오랜 시간 동안 이곳에서 누군가를 기다려온 세월을 회상하는 듯, 한참 동안 산골짜기를 응시하다가 이어서 말했다.
“자네는 영근이 없음에도 스스로 맥락을 개방해 수련했지. 게다가 비록 모두 개방하지는 않았지만, 108줄의 맥락을 찾아냈어. 자네라면 분명 언젠가 모두 개방하겠지. 게다가 무슨 기연인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수련 공법 ‘불후범인결’을 찾아냈어. 그 때문에 나는 자네야말로 진정한 인극경, 그것을 넘어 진정한 지극경에 도달할 수 있는 수사라고 생각했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자네가 108번째 계단을 올랐다는 거지만 말이야. 자네는모르겠지만 자네가 문선패를 손에 넣었을 때, 나는 그 문선패를 가지고 진백대륙으로 가서 천재를 찾을 생각이었네. 하지만, 이를 악물고 그 생각을 접고 자네를 선택하기로 했지.” ‘그래서 그때 나한테 문선패를 달라고 하고는, 그런 반응을 보였구나… 설마 내가 스스로 맥락을 열어서 수련하는 것도 알고 있었을 줄이야. 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혹시 내가 원단이 없고 상서로운 기운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알고 있으려나?’
“선배님, 인극경 수사는 실낙대륙에 저 말고도 몇 명이나 있고, 유일하게 다른 점이라 하면, 그 사람들은 10단계까지 수련했고, 저는 12단계까지 수련했다는 것밖에 없습니다.” 막무기가 자신의 말을 부정하자, 노인이 실실 웃었다.
“수련 등급은 3단계마다 작은 경계로 나뉘지. 예를 들면, 너는 지금 원단경이니, 원단 1단계에서 3단계는 원단 초기, 4단계에서 6단계는 원단 중기, 7단계에서 9단계는 원단 후기지. 이렇게 3단계마다 올라가는데, 인극경은 1단계만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사실, 진정한 인극경은 총 3단계가 있지. 즉, 10단계에서 12단계를 말하는 것이네. 10단계에 도달한 놈들이 인극경에 도달했다고 말하는 건, 그저 자기 위로로 떠벌리고 다닐 뿐이니, 언급할 가치도 없어. 그래… 가치도 없는 거지.” 막무기는 그제야 수련 등급을 이해했다.
‘그런 거였군… 1중천마다 12단계가 있던 거였어. 내가 잘못 수련하고 있던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잘못 수련하고 있던 거야. 역시, 때로는 아주 극소수의 사람만이 진리를 쥐고 있을 때가 있구나.’ “알겠습니다. 모든 조건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리지만,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하지만 제가 살아있는 동안 제신탑을 못 찾으면, 당연히 쇄선진도 열 수 없습니다. 물론, 그때가 되면 제 뒤를 이을 사람을 찾는 걸 도와드리겠습니다.” 흰 수염의 노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자네의 총명한 머리라면 1000년도 넘게 살겠지… 그때가 돼서도 못 찾으면, 결국 가든 말든 차이는 없네…….” *“약속한 4시간이 지났어.” 눈썹 없는 남자가 오행역성에 있는 모든 사람을 죽일 듯 살기를 띠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전에 있는 종주들은 살기를 느끼고 뒤로 물러났다.
‘오행역성 사람들을 모두 죽일 거야… 인간선왕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아…….’ 강수산이 어두운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
“역시, 큰소리만 친 거였어. 2년 동안 우리 백종연맹 사람들이 얼마나 고생했는데… 2년 전에 오행역성 광장에서 호언장담한, 그 장본인은 대체 어디 있는 건데!” “제가 어딜 가던 당신에게 일일이 보고해야 하나요? 강수산, 당신이 맹주인가요? 아니면 제가 맹주인가요?” 막무기의 목소리가 대전에 울려 퍼지는 동시에 그가 대전으로 걸어 들어왔다.
막무기가 나타나자 강수산은 잠시 멈칫했다.
‘설마 때마침 돌아올 줄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그런 말은 하지 않는 건데…….’ 막무기가 오자 대전에 있는 사람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막무기가 오면 막무기 한 명만 죽으면 되지만, 그가 오지 않으면 모두가 죽는다는 걸 다들 알고 있었다.
“막 맹주님.”
풍진추가 막무기에게 공수 인사했다. 그의 표정에서 괴로움이 묻어났다. 이치상으로는 백종연맹에 어떤 고난이 불어닥쳐도, 맹주를 홀로 방패막이로 사용하는 건 옳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이 방법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모두 죽는 게 두려운 게 아니었다. 그저 굳이 달걀로 바위를 치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네가 산수 2705번이냐?” 눈썹 없는 남자가 의심의 눈초리로 차갑게 막무기를 째려봤다. 그는 막무기의 희박한 영운을 보고 평범한 자질을 가진 수사라고 생각했다.
“일면식도 없는 나를 찾아왔다는 건, 그 하말이라는 놈 때문인가?” 막무기가 눈썹 없는 남자를 보며 조용히 물었다.
“뭔 말이 그렇게 많아. 따라와.” 눈썹 없는 남자가 막무기를 잡으려는 순간, 표정이 돌변하더니 대전 입구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그가 날린 광폭한 원력은 거대한 용처럼 한순간에 대전을 집어삼킬 듯했다.
하지만 거대한 원력은 대전의 입구에 닿기도 전에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눈썹이 없는 남자는 하늘을 뚫을 것만 같은 살기를 내뿜은 채, 재빨리 대전 밖으로 나갔다.
막무기의 귓가에서 흰 수염 노인의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눈썹 없는 놈은 사라졌으니, 약속은 꼭 지키도록…….” “잠깐만요. 여기에 있는 진신경 전부 처리해 주셔야죠. 제가 어떻게 처리합니까. 그리고 심백기의 반지도 되찾아 주세요. 그건 반드시 친구한테 건네줘야 하는 거예요.” 막무기는 심백기가 죽은 이상, 그의 물건이라도 심영에게 반드시 전달해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을 도운 심영을 볼 면목이 없었다.
푹! 푹!
여러 개의 빛줄기가 나타나더니, 진백대륙에서 온 수사들의 미간을 하나씩 관통했다.
딸랑-
곧이어 반지 하나가 막무기 옆에 떨어졌다.
“자네가 해달라는 건 전부 해줬으니, 이제 자네 차례이네.” 막무기의 귓가에 흰 수염 노인의 목소리가 한 번 울리더니, 이내 사라졌다.
막무기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 후, 땅에 떨어진 반지를 주었다. 그리고 영문도 모른 채 죽은 진백대륙 강자들의 손에서 반지를 수거했다.
‘이번에는 전리품을 남겨준 걸 보니, 그 노인네도 그나마 일말의 양심은 남아있나 보군. 내가 기분 나빠할 것 같아서 남겨준 건가?’ 대전에 있는 사람들은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인간선왕한테 위협을 받고 있었는데… 맹주님이 오시자마자 인간선왕은 도망가고 진신경 강자는 모두 죽었어…….’ ‘잠깐… 아까 그 빛은 분명 진백대륙 진신경 강자 3~4명을 단번에 죽여버렸어. 대체 수련 등급이 어느 정도기에…….’ 대전에 있는 모두가 막무기를 존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역외 진신경 강자를 손쉽게 죽였다더니, 설마 막 맹주님 뒤에 이렇게 강한 강자가 숨어 있었을 줄이야……. 진신경 강자를 이렇게 순식간에 죽여버릴 정도면, 그 눈썹 없는 인간선왕도 꼬리 내리고 도망칠만하지.’ 막무기가 형황에게 다가가 단약을 입에 넣어준 후, 등을 한 번 치니 형황이 붉은 핏덩어리를 토해냈다.
“종주님…….”
형황은 가까스로 눈을 뜨며, 눈앞에 막무기를 바라보았다.
막무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회복에 전념해서 어서 몸 상태를 되찾으세요.” 막무기가 자리에서 일어나 대전 밖으로 나가려던 청년을 불러 세웠다.
“오경무, 설마 이대로 그냥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깜짝 놀란 청년은 그 자리에 멈춰서, 막무기에게 몸을 숙여 예를 표했다.
“오경무, 맹주님께 인사드립니다. 가뿐하게 진백대륙의 침입자를 내쫓는 맹주님의 용감무쌍한 모습에 감복했습니다.” 오경무의 긴 얼굴은 창백하다 못해 파랗게 질려 있었고, 실눈은 경련하듯 떨리고 있었다.
“청운보의 오경무겠지. 개만도 못한 사람은 많이 봐왔지만, 너를 보고 개만도 못하다고 하면, 개를 모욕하는 것 같아서 내키지 않네. 이 배은망덕한 자식. 아무리 진백대륙에 가고 싶다 해도, 설마 네 양부였던 심백기를 팔아먹다니. 지금껏 심백기가 너를 먹여 살려줬는데, 그 은혜조차 잊을 정도로 양심 없는 놈이었군…….” 막무기가 살기를 띤 채 오경무에게 다가갔다. 그는 배은망덕한 사람을 가장 혐오했다.
오경무가 뒷걸음질 치더니, 갑자기 소리쳤다.
“심백기는 나를 그저 자신의 개처럼 취급했어! 전혀 그럴 생각도 없으면서 입으로는 청운보를 물려주겠다 하고, 물건을 훔쳐 달아난 심영을 찾아오면 심영과 결혼하게 해준다고 약속해 놓고, 내가 힘들게 데리고 왔더니, 마치 약속을 잊은 것 마냥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게다가 무자단서를 해독하지도 못하는 주제에, 나한테는 보여주지도 않고…….” 막무기의 표정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역시, 배은망덕한 놈들은 생각하는 것 자체가 다르군. 오경무, 심백기가 너를 개처럼 여기고 있었다면, 네가 수련을 하면서 그렇게까지 성장할 수 있었을까? 청운보는 개도 단약과 영석을 사용해서 수련할 수 있나 보지? 이제야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겠네. 심백기가 정말 너를 개처럼 키웠다면 적어도 주인을 물지는 않았을 텐데, 심백기가 키우는 개한테 너무 잘해줬나 보네.” 막무기는 더 이상 오경무를 상대하고 싶지 않아, 곧바로 그에게 뇌구를 날렸다.
쾅!
뇌구가 터지자, 오경무는 그대로 흔적도 없이 산산조각 났다.
막무기가 뒤돌아보자, 사람들은 재빨리 몸을 숙여 예를 표했다.
“맹주님께 인사드립니다.” 막무기가 백종연맹의 맹주가 될 수 있었던 건, 수많은 사람들과 문천학궁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었지만, 지금은 막무기가 맹주인 것에 불평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막무기가 강수산을 찾기도 전에, 강수산이 제 발로 앞으로 나와 몸을 숙였다.
“제가 속이 너무 좁아서 그런 망언을 뱉어 버렸습니다. 부디 맹주님께서 마음에 담아두시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막무기의 뒤에 인간선왕조차 가볍게 내쫓을 수 있는 강자가 있다는 걸 안 강수산은 그를 함부로 대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도망간 인간선왕도 다시 돌아올 리 없다고 생각했다.
막무기가 강수산을 노려보며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강 종주, 저는 당신을 좋게 생각하고 있지 않지만, 한 가지만 명확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대연종은 대연종이고, 뢰홍길은 뢰홍길입니다. 만약 계속해서 뢰홍길을 대연종의 비장의 무기로 생각하고, 그를 대연종의 대표로 여기시면, 대연종은 머지않아 그와 함께 실낙대륙에서 사라질 겁니다.” 만약 막무기한테서 이전에 이런 소리를 들었다면, 그가 아무리 백종연맹의 맹주라 할지라도 강수산은 한 치의 고민도 없이 그에게 화를 내며 꾸짖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의 말이 진심으로 들려왔고, 반박조차 할 수 없었다.
“막 맹주님의 교훈을 새겨듣겠습니다.” 강수산이 공손하게 대답했다. 그가 아무리 오기가 있다 해도 대연종의 존망을 걸고 허튼짓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막무기는 더는 강수산을 상대하지 않고, 조금 전 눈썹 없는 남자가 앉아 있던 자리에 가서 앉았다.
“여러분, 자리에 앉으십시오. 제가 폐관 수련하는 2년 동안 백종연맹이 한층 더 발전한 건, 모두 여러분 덕분입니다. 맹주로서 그저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막무기가 말하는 사이 백종연맹 수사들이 시체를 모두 거둬 갔다.
“맹주님이 정해주신 규율과 계획이 없었다면, 우리 실낙대륙은 물론, 백종연맹도 이렇게 빠르게 발전하지 못했을 겁니다.” 풍진추가 가장 먼저 앞으로 나와 말했다.
그는 이전에 막무기의 ‘잠재력’을 보고 그를 지지했지만, 이제는 그의 ‘실력’을 보고 그를 지지했다.
풍진추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막무기가 폐관 수련 전에 만든 규율은 오행황역 관리를 수월하게 만들었고, 그 규율들의 빈틈은 백종연맹이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천천히 메꿔 나갔었다.
벽라문의 문주 한행이 앞으로 나와 얘기했다.
“맹주님께 아룁니다. 맹주님께서 2년 전에 말씀하신 건에 대해, 일부 단서를 찾아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