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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으로 연결되는 지점에 점점 가까워지자, 단심맹의 정복 차림을 한 무인들이 나타나 장전비를 가로막았다.
입은 정복의 색과 문양을 보니, 집무전으로 출입이 허락되지 않는 하위 무사들이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단심맹의 결정권자들이 외전 소속 무사까지 내전으로 불러들인 모양이었다.
단심맹 무사들은 상처와 피로 물든 장전비의 모습에 공격을 하려 했지만, 그때마다 봉상준이 나서 길을 열어 주었다.
봉상준은 수하들에게 몇 마디 명령을 내린 후, 바로 장전비를 뒤따랐다.
강북의 신조가 어째서 단심맹의 중심지에 있는 건지 궁금할 터인데, 단 한 번도 묻지 않았다. 그저 정중하기만 했다.
백검 영재들에 대한 사정은 백설영이 몇 부분만을 숨기고 차분히 설명해 주었지만, 그마저도 대충 듣는 척만 할 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귀한 손님을 모신다는 듯하다. 아니, 그보다는 웃어른을 시봉하는 하인만 같다.
장전비는 그의 친절에 대해 감사를 표하기보다, 그저 발길을 서둘렀다.

남궁대강을 세이프게임 구하는 것이 오히려 보다 나은 감사의 인사가 될 터이니까.
어두컴컴하기만 하던 지하층에서 벗어나 지상으로 올라오자, 붉은 노을이 먼저 장전비를 반겼다.
연판장의 전달식이 시작된 시간이 해가 하늘 높이 있던, 정오 무렵이었다.
“세 시진? 그 정도가 흐른 건가?”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많이 흐르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 혼잣말을 들었는지 봉상준이 말했다.
“사태가 벌어진 건 이틀 전이었소이다.” 장전비의 눈이 조금 커졌다.
빛이 스미지 세이프파워볼 않는 지하 속에서 살인귀가 되어 피를 좇고 죽음을 헤쳤던 시간이 무려 이틀씩이나 되었단 말인가.
씁쓸했다. 잿가루를 입에다 털어 넣은 기분이었다.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본 맹은 온 힘을 다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수습할 수가 없었소이다.” 부끄러운 듯, 하는 말에 장전비는 속삭였다.
“이제 곧 끝날 겁니다.” 그리고 노을을 등진 채, 위로 이어지는 계단이 위치한 곳으로 걸어갔다.
집무전은 바깥에서 보기에는 세 개의 층으로 구분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하에는 집무전 앞의 거대한 광장까지 포함하는 거대한 넓이를 가진 두 개의 층이 숨겨져 있다.
지상 역시 파워볼사이트 마찬가지로 하나의 층이 더 숨겨져 있었다.

바쁜 집무 중에도 무공의 수련에 힘을 썼던 검신 남궁수를 위해 마련된 비밀 연무장이라고 했다.
그 위치와 통로는 역대 맹주에게만 전해졌으니, 출입하는 사람은 시대에 오직 한 사람밖에 없었다.
팔십 년을 이어온 단심맹의 전통이었지만, 불행히도 오늘 그 전통을 깨어지고 말았다.
만인의 앞에 비밀 연무장의 위치는 밝혀졌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의 발자국이 연무장 위에 새겨졌으니 말이다.
장전비와 영재들이 계단을 오르자, 이곳저곳에 배치되어 있는 무사들이 일제히 살기등등한 시선으로 노려보았다.
무사들은 정복 위로 흉갑(胸鉀)과 투구를 착용하고 있는 것이, 무림의 사람이라기보다 전장에 나선 장수와 같았다.
상당한 파워볼게임사이트 격전을 겪었는지, 무사들의 갑주의 표면에는 칼자국이 가득하고 검게 말라붙은 핏물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봉상준은 이제까지처럼 무사들이 가로막을 때마다 앞으로 나서 장전비를 위해 길을 열어 주었다.
하지만 이 층을 넘어 삼층에 올라서자, 봉상준의 영향력이 통하지 않았다.
“못 들어갑니다.” 가로막는 무사의 단호한 태도에 봉상준은 곤혹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내의 지위는 봉상준이라고 하여도 쉽게 대할 수가 없는지, 지금까지와는 달리 정중한 태도로 말했다.
“비켜 파워볼실시간 주시게.” 사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됩니다.” “위에 대원로가 계시면 불러 주시게.” “불러 드릴 수 없습니다.” 봉상준은 사내가 보라는 듯 장전비를 힐끔거리며 말했다.
“중대한 일이네.” 하지만 사내의 태도는 여전히 단호했다.
“제가 받은 명령 또한 중대합니다. 예외는 없습니다.” 봉상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강 대주! 중대한 일이라 하지 않은가!” “불가합니다.” 강 대주라는 사내와 봉상준 사이에 살기 어린 매서운 눈빛이 오갔다. 그러자 한 걸음 뒤에서 상황을 주시하고만 있던 단심맹의 무사들이 모여들며 장전비와 영재들을 포위했다.
영재들은 굳은 얼굴로 무사들을 둘러보며, 각자 들고 있는 무기를 힘주어 잡았다.
양측 다 바로 조금 전까지 목숨을 장담하기 힘든 위기를 겪었기에 아직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였다. 그렇기에 꺼져가던 불씨 위에 짚 더미를 올려놓은 것처럼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도화선이 되었던 봉상준과 강 대주라는 사내가 오히려 당황할 정도였다.
하지만 감도는 전화(戦火)의 기운을 단숨에 식혀 버리는 음성이 있었다.
“위에 가야 하오.” 목소리는 작았다. 하지만 자리해 있는 이들 중 듣지 못한 사람이 없었다.
모두의 시선이 목소리의 주인을 향했다.
헐벗은 상체 위로 검붉은 핏물이 말라붙어 있고, 자잘한 상처가 가득한 봉두산발의 청년, 장전비였다.
“비키시오.”
강 대주라는 사내가 움찔거리며, 한 걸음 옆으로 물러섰다. 장전비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스스로도 모르게 행한 동작이었다. 하지만 바로 실태를 수습하고, 다시 한 걸음 나서서 장전비의 앞을 가로막았다.
“비킬 수 없습니다.” 강 대주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말투 또한 존경받는 원로 고수인 봉상준을 대할 때보다 정중했다.
하지만 지켜보는 모든 사람은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당연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장전비가 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러자 무인들의 심장이 그에 맞추어 쿵 가라앉았다.
무거웠다.

그럴 리 없겠지만, 장전비 한 사람의 무게가 자리한 모든 사람을 합친 것보다 더 나가지 않을까 싶을 정도이다.
“비키시오.”
장전비가 다시 한마디를 던지자, 강 대주라는 사내의 이마에서 구슬땀이 흘러 내려와 턱 끝에서 떨어졌다.
강 대주는 귀신을 본 노인처럼 부들부들 떨었다. 그럼에도 결코 앞을 비켜 주려고 하지는 않았다.
장전비는 살짝 한숨을 쉬더니, 왼손에 들고 있던 거치도를 살짝 들어 올렸다.
그에 반응하여 강 대주는 이를 악물었고, 단심맹의 무인들도 흐트러졌던 열을 맞추려 했다.
서로 피하고 싶던 사단이 일어나려는 순간, 강 대주의 뒤편에서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강 대주! 어디 있는가!” 목소리는 귀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우렁찼다.
내공이 약한 자는 귀를 막고 비틀거렸고, 견딜 만한 사람은 내공을 운기하여 귀를 보호한 후, 눈살을 찌푸렸다.
짐작하기로 내가 기공을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깊이 체득한 자가 전신의 공력을 다해 외친다면 지금과 같을 것이다.
목소리의 주인은 멀리 있었는지, 한참을 기다려서야 나타났다.
흰 머리에 흰 수염을 매단 검붉은 얼굴의 노인이었다. 봉상준이 그를 알아보고 나서며 말했다.
“오 호법?”

오 호법이라 불린 노인은 봉상준을 보지 못했는지, 허둥거리다가 강 대주라는 사내를 향해 달려와 외쳤다.
“강 대주. 여기 있었는가? 급하게 할 일이 있네.” 강 대주는 그가 하는 말을 듣지 못했는지, 그저 장전비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오 호법이라는 노인은 눈치채지 못하고 제 할 바만을 말했다.
“그 마귀가 사람 하나를 찾아오라고 하는구먼. 시간이 없네. 반 시진 내로 찾아 대령하지 않으면…… 일을 치르겠다고 하네. 어서 서두르게.” 강 대주는 장전비를 향한 눈동자를 돌리지 않은 채 물었다.
“누굴 찾아오라고 합니까?” “모르겠네.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았네. 그냥 장씨 성을 가진 애송이라고 하는데, 싸움 좀 할 거라고 하는구먼. 척 보면 이놈이라 알 거라는 괴상한 말만 하더…….” “내가 장씨요.” 갑자기 끼어든 목소리에 오 호법의 고개가 꺾였다.
이건 뭐냐, 라는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장전비는 살짝 이를 드러내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싸움도 좀 합니다.” 영재들은 결국 출입이 허락되지 않았다. 그들은 아쉬워했지만, 단심맹의 고위직조차도 삼 층 위로는 통제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오 호법이 허락할 수 있는 건, 바로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 장씨 성의 청년뿐이었다.
오 호법은 안내하며, 한 걸음마다 뒤돌아보았다.
‘이놈은 뭐지?’ 본래 그의 성격이 차분하지 못한 데다가, 상황의 급박함 때문에 이 청년의 정체가 뭔지 알아보지를 못했다. 하기에 이제와 호기심이 치밀었다.
하지만 묻는다고 해도 이 과묵한 장씨 성의 싸움 잘한다는 청년은 대답해 주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 오 호법의 마음도 모르고 장전비는 유람 나온 선비처럼 주변을 찬찬히 살피며 걷고 있었다. 그러다 눈이 마주치면 그저 싱그럽게 웃어 보일 뿐이었다.
그럴 때마다 놀리는 건가 싶기에 오 호법은 괜히 심기가 불편했다. 하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이 청년의 정체가 뭐건, 무슨 사정으로 이곳에 있었던 간에, 어차피 죽어야 할 놈이었다.
앞으로 청년이 보게 될 광경은 단심맹에 있어서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최악의 사건이었다.
죽어야 한다.

이 치욕이 외부로 퍼지지 않으려면, 이 청년의 이용 가치가 떨어지는 순간 죽여 버린 후, 한 줌의 재로 만들어 본래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지워야 한다.
미안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그래. 곧 죽을 놈 이름 알아서 뭐 할까.’ 오 호법은 더 이상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리고 청년의 정체에 대하여 호기심을 지웠다. 나중에 청년이 죽으면 저승길 편하게 가라고, 지전이나 많이 태워 주자는 생각만을 했다.
“이쪽 아닙니까?”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오 호법은 걸음을 멈췄다. 돌아보니 청년이 옆쪽 벽면을 가리키고 있었다.
오 호법은 눈살을 찌푸렸다.
뭘 안다고 그러는지.
한데 가만 보니, 청년이 가리킨 벽면이 미묘했다. 청년은 손을 뻗어 벽에다 대더니, 옆으로 밀었다.
그러자 틈이 벌어지며 사람 하나가 들락날락할 만한 공간이 생겼다.
오 호법은 눈을 좁혔다. 위치가 교묘하게 사람의 시선을 가리는 사각(死角)에 자리해 있어, 살짝 고개를 꺾으면 잘 보이지가 않았다.
“여기가 뭐지?” 청년은 허락하지도 않았는데 먼저 공간의 안으로 들어갔다. 오 호법은 놀라며 그 뒤를 따랐고, 몇 걸음 걸어 들어가니, 거대한 철문이 앞을 가렸다.
철문의 위편에 여섯 개의 글자가 적혀 있었다.
<휴단심(休丹心), 망득검(望得剣)> 붉은 마음을 쉬고, 오직 검을 얻기만을 바란다.
“여기가 검휴전의 출입구이구만!” 오 호법이 외치는 듯 하는 말에 장전비는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검휴전은 이곳 집무전을 달리 부르는 말이었지만, 이곳 어딘가에 숨겨져 있다는 단심맹주 전용 비밀 연무장을 지칭하는 곳이기도 했다.
“안내하시는 곳이 검휴전이 아니었습니까?” 오 호법은 난감한지, 볼을 긁적였다.
“출입문을 찾을 수가 없어서, 만들었다네.” 장전비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태도로 보니 만들었다기 보다, 부수거나 뚫어 버린 모양이었다.
오 호법은 안색을 고치며 말했다.

“사실 출입문을 찾지 못해서가 아니라, 찾지 않은 것이네. 검휴전은 본 맹의 맹주만이 출입이 허락된 장소인 터라, 억지로 열려고 하면 매복된 기관이 작동하네. 더구나 기관의 작동을 정지시키는 방법은 오직 맹주에게만 전해져 왔다네. 그러니 이쪽이 아닌 다른 쪽으로 가야 하네.” 장전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오 호법의 말을 따를 생각은 없는지, 오히려 철문을 향해 손을 뻗었다.
차가운 표면 너머로 내력을 침투시켜, 내부를 탐해 본다.
두께가 다섯 자나 된다. 하지만 오 호법이라는 노인의 말처럼 매복된 기관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철문의 중심 부분에 틈 하나가 있고, 그 안에 철문이 맞물려 있었다.
그 틈에 정확히 맞는 열쇠를 찔러 비틀면 되는 구조인 듯했다. 틈의 넓이와 깊이로 볼 때, 열쇠의 모양은 석 자 정도의 날카로운 쇠붙이인 것 같았다.
아마도 단심맹주의 맹주 신물이라는 창궁신검이 이 문을 여는 열쇠이리라.
하지만 침투경으로 느껴 본 대로라면 굳이 열쇠가 없더라도 열 수가 있었다.
그저 밀면 열린다.
단, 이 엄청난 두께의 철문을 밀어 젖힐 수 있는 힘만 있다면…….
‘가능할까?’
거치도를 든 장전비의 팔뚝 위로 굵은 핏줄이 솟아올랐다. 한번 시험해 보고 싶었다.
“자, 따라오게. 시간이 없…… 어? 무슨 짓인가!” 오 호법이 본래 안내하려던 방향으로 돌아가려는데, 장전비가 왼손에 든 협봉검을 바닥에 꽂더니, 오른손의 거치도를 양손으로 붙잡고 어깨 위로 들어 올렸다.
그 모습이 오 호법은 당황스러운 한편, 짜증이 나 뭐라고 한소리를 하려 했다. 하지만 갑자기 장전비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대한 기파가 나오던 욕설을 되삼키게 만들었다.

‘뭐, 뭐지?’ 기파에 눌린 오 호법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심장의 고동이 가팔라지며, 귀에 울릴 정도로 커졌다.
오 호법은 나이가 들어 일선에서 물러섰지만, 아직도 내로라하는 정도의 고수였다. 불시에 무형지기의 기파 속에 놓였다고는 하지만, 내력을 휘돌린다면 단숨에 거두어 버릴 실력은 있었다.
하지만 좀처럼 그럴 수가 없었다. 이만큼의 압박감을 느낀 적은 처음이었다.
내력을 휘돌리며 기파를 어렵게 밀어낸 후, 새삼스레 장전비를 살폈다.
‘이놈, 대체 뭐야!’ 장전비는 오 호법의 마음도 모르고 거치도를 어깨 위로 잡은 자세 그대로 철문만을 노려보고 있었다.
마치 생사대적을 눈앞에 둔 것 같은 비장함이 느껴졌다.
막대한 기운이 거치도의 칼날을 따라 일렁거렸고, 주변의 공기를 빨아들이며 점점 더 커져 갔다.
오 호법은 내력을 운용하여 천근추의 수법으로 자세를 고정했다.
거치도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와류의 바람은 폭풍과도 같아, 제대로 서 있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으아아아아아압!” 천라신조”